미술칼럼2013. 3. 8. 04:57

Michell Mazzoni
건조한 시선과 역설적 배치를 통한 격정의 화면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해온 프랑스 작가 미쉘은 정지된 사진의 속성을 영상에 구현, 미세한 동작이나 갑작스런 움직임을 이용함으로써, 응시하고 있던 관객에게 감정적 동요와 충격을 유도한다. 정적이고 평면적인 프레임에 강한 사진 작업과 동적이고 입체적인 구조를 요구하는 영상 작업 사이의 긴장감은, 두 매체의 간극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최소화하는데, 이러한 역설적인 감각은 미쉘 특유의 건조한 영상 작법으로 구현된다. 정적인 영상을 통해, 사진으로 회귀하려는 태도나, 관람자가 안심한 틈을 타 영상매체의 속성을 극대화 해버리는 방식들은 견고했던 경계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비디오 작품 <2mn 59 with sarah>에서 증명사진 같은 사라를 방심한 채 보고 있다가는, 한 순간 가슴을 쓸어 내려야 할 것이다. 정면을 응시하던 사진 속 사라의 눈동자가 재빨리 옆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제서야 우리는 영상을 보고 있던 우리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특정 매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굉장한 무게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처럼, 원본이나 팩트에 대한 조건 없는 수용이 전제 될 때, 가장 순수한 이해를 하게 된다. 선험적 지식이 없어야 완벽한 수용이 이루어지는 것, 이것이 미쉘이 추구하는 ‘팩트’ 이자, ‘재현’이다.


미쉘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팩트’ 그 자체이거나 연출되지 않은 ‘재현’이기 때문에, ‘건조한’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리얼리티와 원본에 대한 의구심을 부축이고, 이질감을 조성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태도’와 ‘시선’ 때문이다.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애용되었던 ‘낯설게 하기’에 닿아있는 것이나, 뒤샹의 변기처럼 원본의 ‘의미 탈락’을 유도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것도, 대상과 비대상, 현실과 초현실 사이에 균열을 만들고, ‘개념’에 관한 무의미를 역설하는 층위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소리를 모으는 작업 또한 다르지 않다. ‘바람소리’, ‘도시의 소음’, ‘등대가 보이는 바다’ 등대상의 일부분을 촬영한 정적인 영상에서도 같은 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파도 소리가 미약한 바다는 그 자체로, 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는 또 그 나름대로, 사실(현장) 그 자체를 담아서 보여준다. 정적인 이미지 속에 역동적으로 재현되는 바람 소리는, 시각을 압도하고 이미지에 대한 가치를 하락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역설적이고, 무미한 미쉘의 ‘랜드스케이프’는 지루한 시점을 과감하게 펼쳐놓고, 느긋하게 관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 Lab DotlineTV 디렉터 / 독립큐레이터, 문예진

(주)샘표식품(샘표스페이스) 큐레이터 / DotlineTV기획,제작
2009ATU,2010ATU 기획 및 감독(KT&G상상마당,아트하우스모모) / 
굿모닝신한증권갤러리 개관전 외 다수의 큐레이팅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dotlinetv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