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이미지와 언어의 재구성(위영일)

curatinglab 2013. 3. 8. 04:48

이미지와 언어의 재구성, 위영일

 ‘욕망’이란 창작의 덫이라 상정해도 좋을 만큼 예술가들에겐 인기 품목이다. 바꾸어 말하면 타성에 빠지기엔 최적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말도 된다. 독특한 소재나 배경을 설정한 드라마는 아무래도 평가에서 일종의 어드벤티지가 있지만, 통속극을 다루어야한다면 그 접근방식과 연출, 서사구조의 점수는 낱낱이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위영일이 택한 ‘욕망’은 통속극을 택한 연출가의 무모함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잘해도 본전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위영일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그가 드러내고 싶었던 주제의식에서 보다는, 그가 짜놓은 얼개 속의 ‘재치’나 ‘구성’의 파괴력에 위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이를테면, 보편적 시각세계를 뒤엎거나, 예술품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파생하는 에너지같은 것이다. 창의력과는 분명 다른 층위의 것이다.


위영일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재편된’이미지로 표상화하고, 현실과 가상 그 어느 편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존재로 정의하고 있다. 그가 상정한 ‘식욕, 성욕, 장수욕, 권력, 편리성, 속도, 기네스욕’이라는 이 7가지 욕망은, 역시 임의적인 가상 행성 안에 존재한다는 플롯(Plot)으로 그것을 상술하고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 행성은 '위영일이’라고 부를 때의 발음을 옮긴 ‘Planet wee012 All-Star’이다. 인간의 욕심과 허영이 천착하는 비가시적인 지대, 그 안에 비물질적인 욕망이 물리적 실체로 구상화되어가는 형식이다. 달리 표현하면, 현실에서 폭주하는 비정상적인 욕구들의 실체를 시각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과 같다. 이상형(Ideal type)의 모범 답안으로 제시해놓은 것들, 즉, ‘짬뽕맨, 짬뽕룡, 만족걸’은 작가의 양식으로 케릭터를 재현한 뒤, ‘이상형(혹은 이상향)’ 그 자체를 역설하고 풍자하는, 그리하여 자신이 위치한 지역과 그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문화적 산물(인터넷, TV, 잡지, 스포츠 등)들을 재조합하게 된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를 주지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도구까지 환기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먹기만 하면 모든 것이 근육이 되고마는 희귀병에 걸린 근육질 사나이 ‘심커스’는 인간의 과도한 식욕의 상징이 되고, 몸의 앞뒤에 가슴이 달린 채 얼굴과 음핵이 두 개나 있는 ‘만족걸’은 절제없는 성욕으로 은유된다. 베트맨의 얼굴과 슈퍼맨의 몸, 그리고 우람한 상체에 부실한 다리로 구성된 ‘짬뽕맨’은, 미인들의 얼굴에서 가장 완벽한 눈코입을 가져다 조합하지만, 기이하고 부자연스런 얼굴이 되는 것을 목격한 때의 찝찝한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위영일은 그간, 예술가들의 창작의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후기자본주의 미술시장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꼬집기도 했으며, 작품에 쓰여지는 도구들에 관한 도큐멘트를 구성하기도 했다. 2007년 노암갤러리에서의 개인전 ‘그들만의 리그’사후에 정리된 ART판(즉 예술판) 도표는, 위트있는 독설로 일갈해버리는 그의 언어미학을 단적으로 표출해준 좋은 사례다.

위영일이 선택하는 것은 조형요소이기도 하지만, 언어 그 자체이기도해서, 언어와 조형의 상호 개입과정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그것은 신성시되고 불가해한 미술의 영역으로 대중이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만드는 지렛대로 작용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현대미술판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무한한 상상력을 미끼로 두루뭉술한 조형언어로 무마하려는, 비겁한 창작자는 적어도 아니라는 얘기니까 말이다.


 
Lab DotlineTV 디렉터 / 독립큐레이터, 문예진
(주)샘표식품의 공장미술관인 샘표스페이스 큐레이터 재직 / DotlineTV기획,제작
2009ATU,2010ATU 기획 및 감독(KT&G상상마당,아트하우스모모) / 굿모닝신한증권갤러리 개관전
외 다수의 큐레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