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2013. 3. 8. 04:36

안경수
잔혹동화 속 어린왕자


잔혹동화를 아실런지. 잔혹동화 속의 신데렐라는 왕자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가 아니고, 왕자가 바람을 피워 결국 신데렐라의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았다,라고 해야 맞다. 이런 맥락에서 안경수의 작업을 이해하면 보다 수월할 것 같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어렸던 왕자’시리즈의 애매한 인물은 깁스를 하거나 우주복을 입고 있는 거뭇한 어른아이였다. 아이의 몸과 눈매는 절망의 끝을 달리다 말고 느닷없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마냥 경계로 가득한 암울한 빛깔이다. 아이 몸에 붙은 외부 보조물은 바로 작가자신의 상처 혹은 사회를 포괄하는 트라우마인 까닭에, 한 개인의 신체적 장애에서 시작하였으나, 곧 사회구조적 장애로 은유되고 해석되기에 이른다. ‘어렸던 왕자’가 달리던 절망의 끄트머리엔, 더군다나 칼날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 절망에는 끝이 없는 것일까. 실존, 집단과 제도적 강제 등과 같은 관념을 탐색하다보면, 으레 이런 염세적 세계관에 닿기 마련이다. 이후 그의 작업은 장난감 병정이 가지는 보편적 의미와 그것을 비틀고 왜곡하여 만든 해괴한 외형의 불일치를 통해서 보는 이에게 충격과 혼란의 정서를 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2006년의 어렸던 왕자 시리즈와 2008년 브레인팩토리에서의 장난감병정을 통해 그는 줄곧 사회 구조의 전반에 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장난감 병정을 초현실적으로 비틀거나 어린왕자를 기괴하고 음산한 아이로 표현하는 방식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반어적 어법의 연장선에서 해석되는 것들이다. 왜곡과 그로테스크한 어법은 수용자로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꽤 즉각적인 감상을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으므로, 그가 택한 방법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어떤 낙관도 찾을 수 없다. 해피엔딩을 갈망하는 낭만주의자에겐 꽤나 고통일테니까.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 안경수는 낮에는 그림을 가르치고, 밤에는 작업을 한다. 그가 출산해놓은 일련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일산 어느 마을의 지하작업실에선 밤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호기심이 생길지경이다. 

문예진ㅣ 닷라인TV 디렉터. (주)샘표식품의 공장미술관인 샘표스페이스 큐레이터 재직 / 닷라인TV기획,제작
2009ATU,2010ATU 기획 및 감독(KT&G상상마당,아트하우스모모) / 굿모닝신한증권갤러리 개관전
외 다수의 큐레이팅


Posted by dotlin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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