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14

차갑고 아픈 철판회화(조현익)

차갑고 아픈 철판회화, 조현익 일부, 철판에 그림 그리는 작가,라는 표현을 쓴다. 또 일부 클림트의 모방이 아니냐는 말도 한다. 하지만, 그런 관점은 굉장히 원시적인 접근이다. 구상이니까, 혹은 비구상이니까 동류의 예술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게 없다. 조현익의 철판회화는 차갑고 아프다. 더 냉정히 얘기하면 철판 속 여인은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처연하다. 아름답진 않다는 말이다. 휘청이는 머리칼들이며, 부식된 금속의 기운이 춥고 외로운 정서를 형성해서이다. 2006년 개인전에서 절반 이상의 신작을 발표했던 그는, 다작과 속작의 대가였다. 그런 지점에서 그의 작품은 오히려 앤디워홀의 기계적 복제에 가깝지만, 팝아트의 대중성과는 천리길 떨어져있다. 출력한 여성의 사진을 철판에 대고 신나로 문지르는 방식은 팝아트..

미술칼럼 2013.03.08

계층과 사회 단면을 응축시키는 즐거운 손길, 정영진

계층과 사회 단면을 응축시키는 즐거운 손길 정영진 정영진은 ‘2006년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에 선정되어 화려한 개인전을 치룬바 있다.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았던 정영진의 작업은 작품의 행로에 궁금증이 생겼던 몇 안되는 작가 중 한명이었다. 당시, 중앙대학교 동양화과 출신들이 몰고 왔던 한국화의 새바람 물결에서 조차도, 그녀의 비판적 너스레는 내 구미를 끌어당기기에 넘치고도 남았다. 또한, 당시 유행했던(물론 지금도 진행중인) 팝아트화 된 한국화의 조류에 합류하지도 않았다. 권력과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고자했던 것이 다만 지필묵의 정서를 통해서였고, 그 응축의 대상이 대중미디어들의 찰나에서 야기된 현장이란 점, 그걸 두고 굳이 당시 조류와 묶어낸다면 좀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계층과 사회적 권력의 단면을..

미술칼럼 2013.03.08

연극적 토대 위에 구축되는 가상의 스토리텔링(신민)

연극적 토대 위에 구축되는 가상의 스토리텔링, 신민 신민의 클레이(점토) 작업들은 ‘관계짓기’를 통한 ‘서사구조의 다면화’란 점에서 현재 문화적 패러다임에 굉장히 밀착해 있다. 역할놀이를 통해 얻는 감성적 메커니즘을 실험하는 것, 연극적 토대 위에 구축되는 가상의 스토리텔링, 이 모든 것이 서로 접촉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단락과 레이어를 중첩시킨다는 논리인데, 이것은 동시대 문화 컨텐츠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대표적인 양식들이다. ‘파괴되는 것’이 ‘성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가 건조한 단면의 이야기들로 구성될 수 있는 특징 또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얻어진 통로들이다. 이것이 소위 2000년대 이후 작가적 실천의 굵직한 유형들인데, 신민의 클레이와 평면작업들 또한 같은 맥락에 위치..

미술칼럼 2013.03.08

잔혹동화 속 어린왕자(안경수)

안경수 잔혹동화 속 어린왕자 잔혹동화를 아실런지. 잔혹동화 속의 신데렐라는 왕자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가 아니고, 왕자가 바람을 피워 결국 신데렐라의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았다,라고 해야 맞다. 이런 맥락에서 안경수의 작업을 이해하면 보다 수월할 것 같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어렸던 왕자’시리즈의 애매한 인물은 깁스를 하거나 우주복을 입고 있는 거뭇한 어른아이였다. 아이의 몸과 눈매는 절망의 끝을 달리다 말고 느닷없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마냥 경계로 가득한 암울한 빛깔이다. 아이 몸에 붙은 외부 보조물은 바로 작가자신의 상처 혹은 사회를 포괄하는 트라우마인 까닭에, 한 개인의 신체적 장애에서 시작하였으나, 곧 사회구조적 장애로 은유되고 해석되기에 이른다. ‘어렸던 왕자’가 달리던 절망의 끄..

미술칼럼 201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