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가상 서바이벌 속 블랙코미디,김민

curatinglab 2013. 3. 8. 05:03

가상 서바이벌 속 블랙코미디, 김민


무한도전, 1박2일, 아메리칸아이돌 류의 ‘리얼쇼’들이 TV매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금, 버추얼라이프(virtual life)를 설계하는 한 아티스트가 있다. 대중문화의 핵심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 ‘김민’은 미국TV의 리얼리티쇼를 차용하여, "아티스트 웨이(ARTIST`S WAY)"라는 가상의 방송을 작업의 주된 장치로 활용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보아왔던 구성이나 촬영방식, 화법의 역동성 등을 고스란히 작업의 정서적 마티에르(matière)로 응용하고 있는 것인데, 물론, 이건 김민이라는 작가의 창작적 바운더리 안, 그러니까 작가의 ‘개인방송국(http://www.mintv.co.kr)’ 안에서만 존재하는 방송물인 셈이다.


웹 기반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창작의 다이나믹함과 웹아트(web art)에 내포된 유용한 대중코드를 적극 수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김민의 작업은, 모든 작가들이 그렇듯, 밥벌이를 하며 창작해야하는 ‘생존’의 문제를 직접적인 작업의 소재로 내세워, 가장 설득력있고 흡입력이 강한 시각적 테크닉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매주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최종 승자에게 주어지는 ‘국립미술관 올해의 신진작가’와 같은 명예와 상금은, 현재 젊은 아티스트들이 겪고 있는 내적 갈등과 욕망을 명징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미술계에서 일어나는 블랙코미디를 다루는 작법이나 내러티브를 확장시키는 노련함을 볼 때, 분명, ‘영화,TV,오락’ 등, 전 분야에 걸친 이데올로기나 기술적 욕망, 소통의 대립항에 관한 정교한 탐구가 수반된걸로 보인다. 이것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의 완성도와 작가의 태도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트 큐브의 갤러리에서 인터넷으로 예술 공간을 확장시킨 웹아트가, 예술 매체와 제작방식, 유통, 향유 등에 관한 전통적 규칙을 재정의 했던 것처럼, 김민의 작업 또한 부팅과 버퍼링 조회수에 익숙한 디지털미디어의 속성을 효과적으로 대입하고 있다. ‘나탈리 부크친(Natalie Bookchin)’이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유인하여 관습적 미학에 대한 결핍을 충족시켰다면, 김민은 TV매체와 인터넷방송국의 온,오프라인 양자를 절충하고 침투시켜서 ‘자본과 소통’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미술도 TV처럼, 즐겨 소비하는 매체로 등극할 것인가?’, ‘이것은 진보인가 퇴행인가’와 같은 다양한 문제와 시각을 제시하는 이런 작업 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떠안기고야 마는 아직은 뜨거운 ‘문제작’이다. 김민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작가이다.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대안을 만들어낸다면, 파격적인 ‘소통구조’가 창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무엇이 전달되느냐인데, 이것이 작가가 풀어가야할 주요 과제다.

2008-2009년 보일라 연재된 글을 수정



 현) Lab DotlineTV 디렉터 / 독립큐레이터, 문예진

(주)샘표식품(샘표스페이스) 큐레이터 / DotlineTV기획,제작
2009ATU,2010ATU 기획 및 감독(KT&G상상마당,아트하우스모모) / 굿모닝신한증권갤러리 개관전
외 다수의 큐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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