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연극적 토대 위에 구축되는 가상의 스토리텔링(신민)

curatinglab 2013. 3. 8. 04:37

연극적 토대 위에 구축되는 가상의 스토리텔링, 신민

신민의 클레이(점토) 작업들은 ‘관계짓기’를 통한 ‘서사구조의 다면화’란 점에서 현재 문화적 패러다임에 굉장히 밀착해 있다. 역할놀이를 통해 얻는 감성적 메커니즘을 실험하는 것, 연극적 토대 위에 구축되는 가상의 스토리텔링, 이 모든 것이 서로 접촉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단락과 레이어를 중첩시킨다는 논리인데, 이것은 동시대 문화 컨텐츠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대표적인 양식들이다. ‘파괴되는 것’이 ‘성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가 건조한 단면의 이야기들로 구성될 수 있는 특징 또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얻어진 통로들이다. 이것이 소위 2000년대 이후 작가적 실천의 굵직한 유형들인데, 신민의 클레이와 평면작업들 또한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고 보면 무난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상처가 표면화되거나 작가의 행위에 의해 다시 치유되는 것은 대부분의 창작들에서 흔히 보여지는 구조다. 이를테면, 샤머니즘적 주술-종교체계(magico-religious system)의 영역에서 다룰 수가 있는 것인데, 한국의 민간요법에서는 ‘신체 본뜨기, 가면, 인형, 역할극’과 같은 행위가 말라리아 등의 병마를 쫒기 위한 ‘샤머니즘적 치료’의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선험적이고 주술적인 태도는 문화권을 초월하여 존재해왔고, 그런 원형의 단절이 현대인들의 심리적 공황을 초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샤머니즘적 해석 체계이다.

지구상에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알고 있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기원전 15000~10000년경)나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기원전 15000년경~10000년경)들을 통해 배웠듯, 태초의 미술이란 것은 주술적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원시와 문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이 신민의 작품들에서 선명하게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신민이 자신의 작품, 더 거슬러 작품을 구성하기 위한 각각의 객체-재료-들에게 작가 자신을 빙의 시키거나 가상의 존재를 투영시키는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무속적인 원시성에 기반하고 있는 것들이다. 점토의 외형 또한 일그러지거나 유아적인 정형을 포착해내었고, ‘불편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통해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창작 경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 욕구에서 출발했을 신민의 작품들은 모두 그녀의 또 다른 인격체이거나 자기분열의 기표들이다.-작품에는 모두 이름이 있으며, 작가와 대화를 하고 작품 간에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이 작가의 설정이고 혹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패닉’과 ‘토이’의 음악을 듣고 자랐으며, 그 음악이 자신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하는 작가는, 좀 호들갑을 떠는 시각에서 본다면, 분명 대중문화에 대한 미술계의 모순적 태도에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할지도 모르겠다. 특정 음악이 자양분이 되는 것을 넘어서 ‘패닉 토이 키즈’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부각되었을 것이다. 사실, 미술이라는 예술이-더욱이 문화 중에도 소위 ‘고급예술’이라 일컫는-가장 자유롭지만, 가장 보수적인 칼날을 들이밀고 있기에 대중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작가적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위험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오타쿠적인 작품들은 철저한 개인주의에서 시작했으나 매우 선동적이었고, 오타쿠적 놀이의 성향을 가졌지만 이 시대의 단면 또한 잘 포착했다. 원래 당대의 놀이는 동시대를 관류하는 정서와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던가.

신민은 현대미술에서-물론 우리 미술계 역시-철새떼 같은 장사치가 횡횡시킨 ‘팝아트’의 변종 명칭들의 홍수 속에서, 좀 괴상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화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작가다. 이제 스스로에게 맵핑된 화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사해낼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이 신인 작가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Lab DotlineTV 디렉터 ㅣ 독립큐레이터, 문예진
(주)샘표식품의 공장미술관인 샘표스페이스 큐레이터 재직 / 닷라인TV기획,제작
2009ATU,2010ATU 기획 및 감독(KT&G상상마당,아트하우스모모) / 굿모닝신한증권갤러리 개관전
외 다수의 큐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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